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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일본 닌텐도는 올 4~9월 반기 실적에서 573억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잘나가던 닌텐도가 몰락한 이유는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이 없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게임, 페이스북 등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지만 닌텐도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게임업계 내에서의 경쟁만 생각했다. 이종 업계 간 경쟁이 첨예해지는 마켓 4.0 시대 특성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그 결과는 닌텐도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농심이 지난 4월 야심차게 내놓은 ‘신라면블랙’도 마켓 4.0 시대를 사는 소비자 기호에 제대로 맞추지 못해 실패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신라면블랙은 처음 출시될 때만 해도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라면시장 부동의 히트상품이었던 ‘신라면’ 브랜드를 달았고 몸에 좋다는 우골스프까지 추가해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기대에 부응하듯 지난 4월 중순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약 9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하지만 인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6월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그대로 담았다’는 광고를 허위·과장광고로 판정하고 1억5500만원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급기야 8월 매출은 2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제품은 3년 동안의 연구 개발비, 시설 투자비 등을 감안할 때 월 50억원 이상 매출이 2년간 지속돼야 손익분기점이 맞춰진다. 이를 감안하면 제품을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뜻이 된다.

농심의 야심작 신라면블랙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똑똑한 소비자를 무시’한 점이 꼽힌다. ‘건강에 좋은 라면’이라는 제품 성격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라면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지만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는 점을 소비자들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라면에 설렁탕에 들어가는 영양성분을 넣고 ‘건강에 좋다’며 가격을 기존 라면보다 2배가량 비싼 1600원으로 정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뿐인가. 건강에 좋다던 신라면블랙의 한 봉지(130g)당 나트륨이 무려 1930㎎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 2000㎎과 비슷한 수준이다. 똑똑한 소비자들이 이 점을 놓칠 리 없다. 한순간에 농심은 ‘소비자를 물로 보는 기업’ 꼬리표마저 달게 됐다. 박종록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농심은 프리미엄 제품 라인을 늘려 라면 평균 판매단가를 높이고 라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려고 했지만 향후 이런 전략은 더 이상 시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죤, ‘직원 존중 안 하는 기업’ 굴레

‘마켓 4.0 시대’를 사는 소비자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나에게 이득을 주지 않아도 좋은 기업 제품은 사준다. 대신 나에게 피해나 손해를 끼치지 않아도 나쁘거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기업 제품은 사주지 않는다’이다.

최근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생활용품기업 피죤이 ‘나쁘거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한 대표적인 사례다. 오랫동안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피죤은 부동의 1위였다. 1978년 국내 최초로 섬유유연제를 선보인 뒤 약 50%에 가까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빨래엔 피죤’이란 문구는 전 국민의 유행어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을 보면 피죤이 44%, LG생활건강 샤프란이 36.6%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순위가 뒤바뀌었다. 올 1월 시장점유율 기준 샤프란(42.6%)은 피죤(35.8%)을 눌렀다. 7월 들어서는 샤프란 점유율이 43.5%까지 상승한 반면, 피죤 점유율은 27.1%까지 떨어졌다.

보통 생활용품은 소비자들이 습관적으로 사는 품목이라 업계 순위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죤이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왜일까.

첫째, 똑똑한 소비자를 간과하고 기존 관행만 되풀이했다. 피죤이 신제품 개발에 소홀한 사이 LG 샤프란은 ‘고농축 섬유유연제’로 소비자 관심을 끌었다. 세계 최초로 티슈처럼 한 장씩 뽑아 쓰는 시트형 섬유유연제 ‘샤프란 아로마시트’를 내놓았는가 하면 기존 사용량의 5분의 1만 써도 되는 ‘5배 농축’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샤프란이 편리하면서 알뜰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사이 피죤은 오히려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한다며 제품 가격을 올렸다. 고객들은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샤프란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너인 이윤재 피죤 회장의 직원들에 대한 폭언과 폭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죤은 일순간에 ‘직원을 한낱 소모품으로 여기는 나쁜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그뿐인가. 이윤재 회장은 이런 사실이 밖에 알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은욱 전 사장을 폭행하기 위해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했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런 후안무치 기업의 제품을 절대 쓰면 안 된다’며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무려 30년 아성을 지킨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진 건 보기 힘든 사례다. 사실 섬유유연제는 식품과 달리 제품상으로 큰 리스크가 없으면 한순간에 시장을 뺏길 우려가 큰 제품이 아니다. 제품 품질과 무관하게 ‘나쁜 기업’ 굴레를 얻으면 무조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LG전자 옵티머스, 고객 소통 미흡



  

LG전자 옵티머스 휴대폰.  


LG전자 옵티머스 휴대폰도 마켓 4.0 시대에 보조를 맞추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 옵티머스가 ‘꽤 괜찮은 스마트폰’임에도 소비자 눈길을 거의 끌지 못한 것은 마켓 4.0 시대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인 ‘속도’와 ‘미니멀리즘’을 모두 놓친 때문이다.

아이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후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 시장 흐름에 곧바로 대응했지만 LG전자 옵티머스는 한참 뒤 출시됐다. 뒤처진 속도를 만회하겠다며 지나치게 많은 모델을 출시한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주력모델 갤럭시S, 아이폰4에 집중하는 사이 LG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10여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하드웨어 스펙만 조금씩 다르게 한 다양한 모델을 선보여 결과적으로 판매율을 높이려는 전략이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도무지 어느 제품이 더 좋은지 모르겠다’며 헷갈려했다.

사후관리 등 고객과의 소통도 미흡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제때 업그레이드하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경쟁업체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빠른 답변을 해주며 소통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황유동 티플러스 컨설턴트는 “옵티머스는 카메라 화소, 3D 등 하드웨어 기능에만 신경 썼을 뿐 정작 소비자들 관심사인 소프트웨어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똑똑한 소비자들 마음을 열지 못하고 ‘값싼 스마트폰’ 이미지만 얻게 됐다”고 평했다.

현대차 i40.  


현대차가 새롭게 내놓은 해치백 i40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4년 6개월간 2300억여원을 투입해 개발한 i40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 내수시장서 단 7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아반떼 1만1408대, 쏘나타 9986대, 그랜저가 7048대 판매된 것과 여실히 비교된다.

애초 해치백은 고급차 이미지가 아닌데도 현대차는 i40에 각종 첨단 편의사양을 적용해 국내 판매 가격을 2835만~3005만원으로 높게 책정했다. 또한 현대차는 대대적인 TV 광고를 하면서 단숨에 히트상품을 만들려 하는 등 과거 마케팅 관행을 되풀이했다. 사실 이미 사양이 한 단계 낮은 해치백인 i30가 국내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음에도 i40를 비슷한 방식으로 마케팅했다.

황유동 컨설턴트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사양의 국산, 외제차가 넘쳐나는 ‘풍요의 시대’에 소비자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32호(11.1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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