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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경기때문에 사기업들의 입질(?)이 뜸한 반면  공기업 또는 정부기관들의 홍보컨설팅 의뢰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왠만해서는 경기를 타지 않는 곳이 바로 그쪽이라서 그런지 일이 꽤 쏠쏠합니다.



우리나라 PR 회사들 중에서 정부 및 공공기관을 오랫동안 하거나 전문적으로 해본 곳들이 그리 많거나 다양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내심 정부 및 공공기관쪽 클라이언트를 하나라도 가지고 싶어서 노력하시는 곳도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쪽은 일종의 \'텃세\'가 있어서 한번도 그쪽일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경쟁비딩 같은 곳에 끼일수 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어 그대로 텃세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부적절합니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 공무원들은 절대로 \'자격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회사\'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고, 그러한 주관적인 자격을 몇가지 객관적인 판단기준으로 검증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 3년간에 정부 및 국가투자기관등을 위해 PR 컨설팅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회사\' \'회사 설립 3년 이상, 직원수 30명 이상\'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컨설턴트가 최하 X명 이상\"등등의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지요. 이게 객관적인지 어떤지는 저도 잘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공무원들의 노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오늘 정부 및 공공기관의 PR 컨설팅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PR (그들에게는 홍보)에 대한 마인드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몇년간 정부 및 공공기관 일을 좀 하다가 보니 일반 사기업들과는 약간 다른 면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에 대해 다른 AE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몇가지 그들의 특징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단에서는 표현상 존칭 어미를 생략합니다.)



1. 프로그램에 무지무지 집착한다. 크리에이티브한... (그들의 용어로는 \'쌈팍한\')



사실 PR컨설팅을 한다고 뜯고 들어가 보면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은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해보거나 기획해 보았던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주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공청회, 세미나, 설명회, 홍보대사, 광고, 홈페이지, XX의 날 기념식, XX 축제 등등 다양하다.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한 \'그 어떤 프로그램\'을 위해 컨설팅 펌을 찾는데 이게 아주 곤욕이다. 그 이전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효과측정을 해보자거나 또는 더 품질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자고 하면 상당히 싫어한다. 항상 something new를 찾는건 왜일까?



2. 프로페셔널 피(Professional Fee)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는다.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는다)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는 예산을 엄격하게 통제 받는다. 사기업 처럼 줄수 있는 만큼 주는 것이 아니라 줘야 하는 금액이 있다. 아무리 고급 인력이라도 월 백몇십만원의 연구원 월급에서 적당히 챙겨가라는 의미다. 경제기획원에서 매년 그 급여기준을 상향하는데 실제 프로페셔널 피 수준에 비교하면 세발의 피다. 그래서 프로페셔널 피(血)다.



3. 마감이 목숨만큼 중요하다



마감은 컨설팅 펌에게 천형이다. 일단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 마감에 쫓긴다. 근데 그쪽 마감이 참 문제다. 한달만에 또는 몇주만에 결과물을 원한다. 후닥닥이다. 마감만 어느정도 칼같이 맞추어 주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담당자에 따라 다르지만. 암튼 이 마감이 예산과 함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4. 항상 실행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보고를 염두에 둔다



마감이 중요한 것도 보고때문이다. 수천만원짜리 컨설팅 보고서에 제시된 프로그램들 일단 보고가 우선이다. 그 중 실행은 해도 되고 안해도 그리 큰 문제는 없다는 투다, 보고 후에 큰 칭찬을 들으면 만사 오케이다. 그동안의 섭섭한 관계도 시원하게 해결된다. 술도사고 덕담도 많이 듣는다. 따라서 보고받는 분들의 의중을 담는 일도 컨설팅 펌과 담당자에게는 큰 작업이다.  


5. 제일 두려운건 마감, 두번째는 감사 (Thanks가 아니라 Audit이란 의미의 감사다)



감사 때문에 보고서류와 일지등이 두꺼워진다. 어떤 PR 회사분은 이 자료입증 부분만 없으면 이쪽 일 할 맛 나겠다고 한다. 처음으로 이쪽일을 하는 AE들은 이 부분에서 낯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러나 경험이 생기면 상당히 완만하게 준비가 된다. 꼼꼼해야 한다. 우선은.    



6. 자료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한다



자료라는 게 일반기업도 그렇지만 체계화되어 정리되어 있지 못하다. 지난 기획안 같은 것들과 다양한 홍보물들을 제공하는데 사실 심도있는 분석을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별로 도움이 되질 않는게 문제다. 자료가 있으면 왜 컨설팅 받는냐는 소리를 하는 담당자를 보면서 슬플때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이쪽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기업들도 그런 곳이 안그런 곳보다 많다. 한국인의 문제인 듯.



7. 예산 활용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하다



우리 부처에 할당된 올해 홍보 예산이 한 1억이 되거든요. 근데 뭐 이거 호오 비디오 한편 찍으니 한 6-7천만원 날라가더라구요. 나머지 가지고 브로슈 좀 찍고 하니 홍보비용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염두해 주세요.... 참 심난하다. 일반 사기업에서 홍보실이 홍보비디오 하나 브로슈어 하나 만들고 일념 사업을 마무리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적은 예산을 항상 탓한다. 그러나 저비용 고효율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 그들을 만날때 마다 자주한다.  



8. 파견근무를 매우 선호한다

\'일단 와서 이해를 하세요\' 한다. 그러나 파견근무를 하면 그 때부터는 원 오브 뎀이다. 갖가지 보고서 및 자료 정리를 하다가 보면 큰 그림을 보아야 할 컨설턴트가 알바생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나마 임원급들을 사정이 낫다. 각종 회의에 참석해서 의견을 말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말이다.  



9. 하급기관으로 갈수록 일이 복잡하다



계약업무만해도 그렇다. 간단히 말해 공단급은 잘 못 걸리면 한달 내내 계약 업무만 한다. 청와대는 15분 걸린다. 진짜다.



10. 다된 컨설팅 보고서도 간단히 수정하거나 사장되곤 한다



시기업이나 공공기업이나 \'정치\'의 수준이 있다. 컨설팅 리포트가 실무자들인 우리들에게는 큰 의미와 땀이 담겨 있지만 윗선에서는 하나의 행위일 때가 매우 많다. 일고 버리는 메트로나 포커스 같은 존재의미일 때도 있다. 힘들여 만든 컨설팅 리포트가 잘 활용되고 보약이 되려면 일단 윗분의 의중 + 그 의중을 100% 파악한 담당자 + 담당자의 지시를 올바로 따르는 컨설턴트 + 그 위에 전문성을 조미료로 뿌릴 수 있는 시니어 컨설턴트들이 모여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모자르면 메트로 신세다.


너무 나쁜 쪽 특징들만(꼭 그렇지는 않지만..) 나열한 것 같아서 좋은 특징들도 열거해 보겠습니다.



1. 국가사업에 대한 \'공공적, 공익적\' 시각이 충분히 강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중요한 일인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처신이나 업무의 목적성에 대한 규정이 이루어 진다. 이런 맛에 같이 일을 해도 일 할 맛이 난다. 나랏일이라는 것에 대한 매력이라고 할까.



2. 상하관계는 물론 중장기적인 시대 흐름에 대한 정확한 시각을 가진 인재들이 꽤 있다



앞서도 예를 들었지만 윗선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중장기적인 시대흐름을 꿰뚫고 있는 인재들은 이쪽이나 사기업쪽이나 다 성공하는 법이다. 인제들과 함께 일을 하면 일이 즐겁다. 그들의 승진 소식이나 영전 소식을 들으면 더 좋다.



3. 매우 솔직하다 그리고 절실하다



사기업에 비해 차라리 인간적으로 솔직한 분들이 많다. 이전에 부모님이 공무원이신 가정은 딸이 시집가더래도 꽤 존중을 받았다고 하던데... 인간미가 있는 분들이 많다. 또 박식하지만 자신의 전문성 부족을 솔직히 말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이게 쉬운게 아닌데도 그런 분들이 많다. 되레 존경스럽다.  



4. 심플하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 잘 되겠지요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배려해 주는 분들도 많다. 항상 무엇이든 잘 된다 하는 습성이 몸에 밴 것 같은 분들을 보면 부럽다.



5. 매우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을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그쪽의 분들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하고 이를 선호한다. 사기업들이 종종 히트를 치는 감성적인 접근으로 PR을 제안하면 별로 탐탁하지 않은 표정이 된다. 그래서 일단 이성적인 방식과 감성저인 방식들을 섞어서 제안을 해야 한다. 근데 감성적인 방식이 크리에이티브하다는 소리는 많이 듣는다. 실행은 않되지만..



6. 관계를 중시하면서 신뢰를 강조한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했던가. 일단 자신들과 일을 해본 적이 있는 회사에게는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자주 자문을 구해오기도 하고, 임원진들에게 회의 참석 (물론 자문비 지불)을 초청하기도 한다. 자신들과 업무이해가 편한 브래인 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일을 잘 못했던 회사에게는 절대 전화 안한다.  



7. 열심히 일한다



여름에 과천청사나 광화문 종합청사에서 한두시간 회의를 하면 일반기업 사람들은 일난다. 더위를 먹던가 졸던가 한다. 국민의 세금을 아끼려는 노력을 이해는 하지만 공무원들의 생산성과 업무효율성도 생각을 해야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도 그들은 넥타이를 풀고 열심히 일한다.  



8.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프라이드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멋지다. 그들은 항상 자신의 일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 일반 사기업에서 일부 실무자들이 얄팍하게 느끼는 우월의식이 아니다. 평생의 일로서 자신의 일을 받아 들이고 이에 대해 인생을 투자한 후 간직하는 \'깊은 프라이드\'를 그들에게서는 느낄수 있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프라이드를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자주 일어난다.    



9. 풍류를 아는 친구들이 꽤 있다



일만하는 일벌레만은 아니다. 컨설팅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끝나고를 잘 챙겨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컨설팅 펌측에서는 혹시 \'접대\'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일방적인 접대는 없어진 듯 하다. 네가 밥사고 내가 술산다 식의 매칭 플레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인 부담 보다도 사람과 사람이 어떤 일을 같이 함에 있어서 동질감과 협력정신을 일으킨다는 데에는 모두 이견이 없다. 더구나 풍류를 함께 나눌수 있으면 이는 일 이전에 인생에 대한 이슈다.



10. 스케일이 크다



수조원, 수천억, 2000만명, 894만명 등등 담당업무의 스케일이 크다. 그 해당 업무가 미치는 영향력도 전국적이고 전국민적이다. 때때로 업무가 십여년을 바라보는 중장기 업무도 있다. 지금 30대 중반의 사무관이 10년후에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컨설팅 펌으로서는 답답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존재하는 한 이런 스케일의 일들이 잘 되어 나가야 모두가 행복하다는 생각에 그 해당 실무자와 컨설턴트들은 밤을 지새운다.



이상이다. 앞으로도 종종 정부 및 공공기관들의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2개 부처로 부터 4통의 전화와 2통의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그들은 역시 열심히 일한다. (나도 개인적으로 지금 이시간이 일의 마감과 시작이 연결되는 태풍의 눈 같은 시간이라서 글을 쓰는 거다.) 그들 처럼 나도 열심히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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